노동재해 트라우마(2020.10)
[문서 > 연구]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03-04 15:34
조회
4166
우리는 일터의 노동재해 트라우마에 주목한다. 한 해에 10여 만명의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거나 병들어가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장기간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되면서 끊임없는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다.
우리사회는 오랫동안 경쟁과 생산성향상을 통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절대적인 선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죽음과 피해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고, 기업에게는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피해를 말하는 노동자는 꾀병을 부리는 겁쟁이로 간주되거나 현장의 질서를 흐리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었다.
트라우마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들의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산재신청 서류를 넣고 난 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노동자는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하다’는 말을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그와 같은 어둡고 긴 터널을 해매고 있고, 여전히 훨씬 길고 긴 터널 속에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이 자료집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희생을 강요당해 온 노동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다. 노동 현장의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와 회복은 노동현장의 트라우마를 지각하고 어디로부터 기인한 것이며 무엇으로 인해 악화 재생산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준비되었다.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치유를 위한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와 연대를 위해 무엇을 시작해야 할 것인지의 고민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노동현장과 사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제안이기도 하다.
1부에서 담고 있는 내용은 첫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와 태안화력발전소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김용균님 동료의 증언에서 확인되는 노동자들의 트마우마 증상을 분류했다. 일터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트라우마 증상을 느꼈지만 체념하고 말았던 고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당신의 잘못이나 나약함이 아니라 아픈 것이라는 것을 공감하기 위해 정리해보았다. 둘째, 비소중독과 40여년 전 사고로 피폐화 된 노동자의 삶을 드러내어 노동자의 몸과 정신건강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제도를 되짚어 보았다. 셋째, 사고 발생부터 복귀까지의 과정에서 노동현장에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노동조합활동가 간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보았다.
2부는 노동재해와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태도와 시선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사회학자, 정신과의사, 노무사, 변호사님의 고민과 제안이 담겨있다. 너무도 고맙고 소중한 글들로 사회적 치유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해준다.
많은 이들의 도움과 지원으로 이루어진 작업이었다. 먼저 고통의 목소리를 내어주신 피해노동자분들과 조언과 도움을 주신 산추련 심심통통 활동가들, 전남노동권익센터 문길주센터장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바쁘고 힘겨운 활동 속에서 시간을 내어 고민하고 글을 주신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이제 노동현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섣불리 고통을 공감했다며 앞지르기하는 정책이나 노동자를 치료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미봉책이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치유와 회복을 위한 연대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나누기가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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