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에서 죽어가는 백혈병 노동자 추모제 열려
수원 근교에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백혈병 사망노동자 황민웅, 이숙영씨의 추모제가 열렸다. 이들의 죽음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는 산재 은폐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공장 직원들을 태운 버스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현수막 옆을 지나가고 있다.
ⓒ 민중의소리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 대책위가 19일 수원에서 故황민웅, 故이숙영 씨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황씨와 이씨는 기흥에 소재한 삼성반도체 수원공장에서 근무했으며, 이중 이씨는 백혈병 사망자 황유미씨와 같은 라인에서 근무했다.
민중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이날 추모제에는 직간접적으로 삼성과 얽힌 이들이 주로 참석해 삼성 무노조 경영의 폐해를 방증하는 듯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약 100여명 정도로, 이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죽은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황민웅씨의 부인 정애정씨는 “합동추모제에 여러분이 와줘서 고맙다”고 전한 뒤 미리 준비한 추모글을 낭독했고, 뒤이어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도 준비해 온 글을 낭독했다.
정애정 씨는 추모글에서 “삼성이라는 허울아래 한 솥밥을 먹은 친구들이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병들어가고 있다”고 외치면서 “참혹한 현실을 묵인하고 은폐하는 그들을 두고 어찌 피해자들에게만 해명하라는 것이냐”며 한탄했다 황상기 씨도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안전보건을 점검한 뒤 노동자에게 일을 시켰을 것”이라면서 “첨단기술이라는 것도 사람을 살리자는 것인데 근로자는 죽고 자기들만 살면 뭐하느냐, 유미를 살려내라”고 외쳤다.
이 외에도 삼성SDI노조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대부분 정리해고 했다”면서 삼성을 비판했고, 추모제에 참석한 한 연세대 학생도 “대기업에서 노동자들에게 이런 대우를 하는지 알고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씨 등 자유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재노협 양상모 사무처장은 기흥공장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의 삶을 형상화한 추모시를 낭독해 추모제 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날 추모제에는 황민웅씨의 죽음과 관련한 1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는 황민웅씨 유족의 증언을 중심으로 ‘산재 인정’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내용으로 방영됐다. 다큐멘터리를 지켜보는 추모제 참가자들은 “백혈병은 젊은 세대에서는 잘 안 걸리는 병”이라며 삼성이 산재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참가자들은 두 노동자의 영정에 헌화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추모제 행사를 마쳤다.
한 아이가 황민웅, 이숙영 씨의 영정에 국화를 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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