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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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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투성이인 대한항공 정비사의 죽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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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는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주최로 대한항공 최광진 과장의 의문사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중의소리
한 대한항공 정비사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에선 '자살'이라고 수사를 종결지었지만 유가족들은 "대한항공이라는 거대 기업의 압력으로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0일 대한항공 김해정비공장 격납고 근처에서 기체정비팀 최광진 과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최씨의 사체를 검식한 의사는 '추락으로 인한 전신 상해'로 판단했다. 경찰에서도 '자살'로 판단, 지난 8월 17일 수사를 종결지었다.
경찰이 자살로 판단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격납고 지붕 위에 고인의 신발이 있다는 점 ▲고인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증인이 있다는 점 ▲격납고 지붕위로 시체를 들고 올라가기 힘든 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정황상 여러 의혹이 있다는 것. 유족들은 "고인이 의문사를 당했지만 경찰과 검찰은 대한항공과 한통속이 되어 이 사건을 자살사건으로 몰아가면서 진상을 은폐하기 급급하다"며 제대로 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인 임신 8개월 부인과 처남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규명을 요구하며 지난 7월 27일부터 김해공항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지난 9월 4일에는 만삭이던 부인이 1인시위를 하다 심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과연 어떤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길래 이 지경이 되도록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는 것일까.
[의혹1] "자살할 아무 이유가 없다"
84살의 노부를 모시고 있는 장남인 최 씨는 7년만에 얻게 될 둘째 출산을 한 달여 남겨두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과장으로 승진할 정도로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었다.
고인의 처남인 정성영 씨는 "회사에서도 가정사적으로도 자살할 하등 이유가 없었다"며 "그런 사람이 자살을 했다니 도저히 받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죽기 이틀 전에 만났을 때도 그런 조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정 씨는 "아기가 태어나면 일본으로 여행간다고 죽기 바로 전에 여권을 갱신하고 일본책도 사서 공부했을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그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경찰에서는 그가 자살했다는 증거도 찾지 못한 채 그가 자살했다고 단정지었다"며 정황만으로 조사를 종결지었다고 주장했다.
[의혹2]"경찰의 초동수사 미흡, 검찰의 늑장 수사"
△고인의 처남인 정성영(왼쪽)씨와 대책위 강한규 집행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고 최광진 과장 의문사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는 "경찰이 사건현장을 보전하고 유류품과 증거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대책위는 "지붕위에 벗어놓은 구두, 고인의 소지금품, 시계 등이 경찰에 의해 검시 착수 전에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도 않았고, 부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3일 만에 급하게 장례를 치뤘고, 관련 규칙과는 다르게 화장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가족들이 화장을 하기까지 사법경찰관들은 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매장하도록 권장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장할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의혹3]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사측의 은폐.조작의혹" 제기돼
대책위에서는 이번 사태를 대한대항공이라는 거대 재벌이 은폐.조작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장소 뒤편으로 대한항공 간판이 보인다. ⓒ민중의소리
강한규 집행위원장은 "고인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목격자는 고인의 사망 시각인 7월 10일 낮 12시 27분경 핸드폰 통화과정에서 시신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담당소장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그러나 "8월말경 대책위와 유가족들이 목격자의 신빙성 문제를 제기하자 목격자는 경찰의 재조사에서 고인이 떨어지는 중간쯤에서 보았다고 번복 진술했다"고 밝혔다.
유가족 측도 목격자 부분에 대해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날짜 약속까지 했지만 다음날부터 못 만나겠다고 문자만 보냈다"며 "회사에서 손을 쓰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무엇보다도 대책위가 초동 목격자보다 앞서 쓰러져 있는 고인을 봤다고 주장하는 목격자를 확보했다는 점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책위는 "우리가 확보한 목격자는 12시 20분경 밥을 먹으러 가다가 고인이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27분에 떨어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는 자살로 규정하기 위해 조작된 증인이 되고, 이 사건은 처음부터 조작된 사건임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의문사 진상 규명해라" vs "들어줄 수 없는 요구하고 있다"
8일 운수산업노동조합은 김포공항 대한항공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의 사건은폐.호도기도, 대한항공과 검찰.경찰의 공모 직무유기에도 불구하고 결코 사건의 진실은 은폐될 수 없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가족과 대책위를 도와 억울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색출.처벌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살이냐 타살이냐 하는 사안 규명은 경찰에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 회사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유족들이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회사에서 들어줄 수 없는 요구"라고 말했다.
/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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