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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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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 여성 발매노동자 96.4% "인격모독 경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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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 여성 발매노동자 96.4% "인격모독 경험"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공공노조 공동조사 결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경륜·경정 발매업무를 하는 여성 비정규 노동자인 김아무개(44)씨는 지난 2009년 직원들의 간식을 사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한 남성 고객이 사람들이 많은 것을 틈타 손으로 김씨의 엉덩이를 더듬은 것이다. 김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고객에게 항의했고, 이 같은 사실을 사무실에 알렸다. 하지만 공단측은 곧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급기야 이 고객은 김씨가 맡은 창구에 와서 표를 사면서 손을 만지려 했다. 김씨가 “고객을 격리시키지 않으면 성희롱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사무실에서 고객을 격리조치했다.
공단에서 발매업무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성희롱 경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와 공공노조가 공단에서 근무하는 여성 비정규 발매원 노동자 195명을 대상으로 작업환경·근골격계질환·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71.4%)이 고객으로부터 언어·신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지부 여성노동권 포럼’에서 발매업무를 하면서 자신과 동료들이 겪은 성희롱·인격모독 사례를 공개했다. 김씨에 따르면 서울의 한 지점에서는 고객이 종이에 남성 성기를 그려 창구에 집어넣고 가는가 하면, “여자 손을 만져야 오늘 돈을 딴다”며 창구에 손을 넣어 노동자의 손을 만지려는 손님도 있었다.
10명 중 9명, 폭언·협박 경험
응답자의 96.4%는 “고객으로부터 폭언·욕설·침 뱉기 등 인격모독 경험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한 사람당 10만원까지만 표를 발행해 줄 수 있는데 상한선 이상을 발행해 주지 않는다며 창구 유리창을 주먹으로 치고 온갖 욕을 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고객은 이후 표를 구매하면서 10원짜리 다발을 통째로 창구에 집어넣기도 했다.
고객으로부터 위협을 당했다는 답변도 94.9%로 매우 높았다. 김씨는 “퇴근할 때 ‘너 두고 보자’라고 위협하기도 한다”며 “무서워서 상한선을 무시하고 표를 발행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객으로부터 인격모독을 경험할 당시 회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82.3%에 달했다.
김씨의 경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환급금이 적다고 주장하는 고객에게 ‘목을 따 버리겠다’는 폭언을 듣기도 했고, 고객이 창구로 뱉은 침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기도 했다. 김씨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고객들의 폭언은 더 심해진다”며 “발매원들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노출돼 있지만 여성으로서 수치스럽기도 하고, 지점장에게 잘못 보일까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동자 대부분 근골격계질환 시달려
전반적인 노동강도에 대한 조사에서는 "힘들다"는 응답이 6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적절하다(18.1%)·매우 힘들다(17%)·수월하다(4.3%)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2007년과 현재의 노동강도를 비교했을 때 "노동강도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66.5%로, "변화가 없었다"(27.7%)는 응답보다 많았다.
목·어깨·허리·팔 등 신체부위별로 근골격계질환 통증을 호소하는 비율도 매우 높았다. 응답자의 96.4%가 한 부위 이상에서 통증을 호소했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노동자도 10명 중 9명이나 됐다. 2개 부위 이상에서 통증을 호소한 비율은 87.7%, 3개 부위 이상에서 통증을 호소한 비율은 76.4%로 동시에 여러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노동자가 적지 않았다.
이유미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은 성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경륜·경정장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지만 경제적 지위가 취약하고 노동자로서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여성일수록 성폭력적인 상황에 처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김철홍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장(산업경영공학과)은 “전체 응답자의 70~80%가 높은 수준의 피로도를 호소하고 성희롱·인격적 모독·위협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며 “작업장 구조를 개선하고 노동강도·스트레스 상담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2011-03-04 오전 9:15:36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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