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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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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왕국! 하청노동자들의 고통은 곱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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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작업실에서 목 한번, 어깨 한번 돌릴 새 없이 죽어라고 필름 불량만을 찾아야 했습니다. 머리와 어깨가 너무 아파서 쉬고 싶어도 잔업을 강요받아 병원도 갈 수 없었습니다. 원인 모를 가스 냄새 때문에 토를 한 적도 있었고, 매일 두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동우화인켐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1970년대 구로 공장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2008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공단에 소재한 동우화인켐 공장에서 지난 6월 12일 새벽 심한 악취가 발생해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려 했다.
사실상 원청이 하청업체의 노동자 규모와 급여를 결정하면서도, 사용자로서 책임은 지지 않는 사내하청 문제는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악화시키고 고용불안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기 때문에 동우화인켐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원청이 사내하도급 노동자들로부터 이익을 얻으면서 그 이익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또 다른 사내하청 작업장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5월 16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근무하던 하청노동자 변 아무개 씨가 지게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2004년 이후 지금까지 두산중공업에서 지게차 안전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3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변 씨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운반 중인 물건 때문에 운전자가 전방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피해자인 변 씨 역시 지게차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당시 ‘경남지역 하청 노동자 노동기본권 및 건강권 보장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사측이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고 지게차를 운전하게 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신호수가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고, 설령 사고가 났더라도 신호수에 의해 곧바로 지게차를 멈췄으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수 있었으나 운반물에 부딪친 사람이 지게차 바닥에 끼인 것도 모른 채 10여 미터를 끌고 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주장이다.
주목할 점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이 작업장의 안전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원청회사인 두산중공업에 있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2004년 11월과 2005년 1월, 연이어 발생한 지게차 사고에 의한 사망사고 때문에 2005년 2월 4일자로 ‘지게차 작업 종합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신호수 안전교육, 신호수를 대상으로 한 표준 신호방법 교육, 전문 신호수 배치/육성, 신호수를 배치해 접촉사고 예방 등 신호수 배치와 관련된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은 계획과 형식에만 그쳤을 뿐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조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만 이러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지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만약 그런 것들이 지켜졌다면 이런 사고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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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
산재 왕국, 대한민국
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2006년 6만2천181명의 노동자가 사고성 재해를 당했다. 2005년 5만8천21명에 비해 7.2%가 증가한 수치다. 대형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07년 1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중대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303명으로 밝혀졌다. 2007년 3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 메카텍 현장에서 52톤 무게의 철판 구조물이 5미터 아래로 추락해 그 밑에서 일하던 50대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후 원청회사인 두산 메카텍도, 하청업체도, 사업주의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는 실정이다.
사고성 재해의 80%는 기본적인 안전, 예방조치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재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우선 노동자가 안전을 생각할 여지조차 없이 일해야 할 만큼 현장의 노동강도가 강화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재광 노무법인 필 노무사는 “인력 감축, 작업량 증가, 다기능화, 효율, 생산성 제일 등으로 ‘안전제일’은 구호로 전락했다”며 “안전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생산보다 노동자의 안전이 먼저라는 원칙이 확고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작업 의식을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작업장 사망도 문제지만 노동자 평생 건강관리도 문제다. 올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를 보더라도 작업장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자 예방 건강증진체계 구축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알 수 있다. 한국타이어에서는 1년 6개월 사이 15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사업장 건강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산재통계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4만1천460명의 노동자가 업무상질병에 걸렸고, 이중 6천121명이 사망했다. 업무상 질병자수는 2002년 5천417명에서 2006년 1만235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97년 IMF 외환위기로 노동자 고용을 위협하는 불안요소가 증가한 반면, 기업활동규제완화에관한특별조치법 시행으로 산업보건규제가 대폭 완화돼 노동자 건강관리체계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별법 시행으로 산업보건 규정이 대부분 기업자율에 맡겨졌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정규직은 그나마 나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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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
“아예 대놓고 산재 신청하면 잘라버린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일하다 다쳤다고 산재 신청을 하겠어요.”
대기업 사내하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하소연이다. 산재가 발생했더라도 사후 처리도 문제다. 산재보험은 일하는 노동자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예외다.
지난 5월 21일 노동부의 연구용역 의뢰로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가 실시한 ‘산재취약계층의 노동자보호를 위한 산재보호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임시계약직의 28.3%, 파트타임직의 67.9%, 용역파견직의 40%가 산재문제로 해고될까 두려워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규직은 16.5%만이 해고가 두려워 산재보험 처리를 못했다고 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 산재보험에 의해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가를 조사했을 때, 파트타임직 50%를 제외하면 평균 91%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에 대해 산재보험을 통해 처리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정규직이 65.1%를 차지했으나 임시계약직은 30.5%, 용역파견직은 33.4%에 그쳤다.
산재발생 이후 치료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규직은 35%, 용역파견직과 임시계약직은 2명 중 1명꼴로 업무에 복귀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기복귀한 이유도 서로 달랐다. 정규직은 경제적인 이유를 첫번째로 꼽았지만, 임시계약직과 용역파견직은 고용불안이 1순위였다. 산업환경연구소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라 하더라도 고용불안 등의 이유로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며 “간접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과 원청의 책임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재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산업재해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소외계층으로 밀려난 집단군은 다름 아닌 비정규직들이다. 통계 자료에서도 나타나다시피 작업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고, 산재가 발생하더라도 잘릴까 걱정돼 산재 신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법이 있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내 하청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 주장하는 것이지만 이는 요원하다. 사내하청이나 용역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는 사측의 압박, 원청 사용자성 불인정 등 현실의 벽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기업 노조가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서일동 대우조선노조 산업안전실장은 “사내하청의 경우 작업환경을 감시할 아무런 장치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기에 대우조선노조는 우리 회사에 있는 사내하청업체 작업장에 대해 관리 감독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작업 환경에 문제가 발생하면 원청인 대우조선에 통보함으로서 사내하청의 작업환경을 개선시키고 있다. 노조는 얼마 전 산재 문제로 인해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취소시킬 정도로 여러 부분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안전을 위해 작업장에 150명의 순찰단이 돌아다니며 지도를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허점은 있다. 현재 대우조선의 하청업체는 대략 100여개. 6천~7천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대우조선 정규직 노동자 8천여 명과 비슷한 숫자다. 게다가 공장 부지가 130만평에 달한다. 그렇다보니 일일이 모든 구역을 감시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사내하청업체에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평균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지라 작업 환경과 안전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서일동 산업안전실장은 “작업이 외주화 되면서 도장, 보온 등 어려운 작업들은 모두 하청 업체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하기도 어렵고 업무량도 많아 작업하는 데 자칫 실수라도 하면 다치기 일쑤다. 하지만 현재 작업 환경 하에서 이들을 보호해줄 장치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사입력 : 2008-07-24 17:20:02
최종편집 : 2008-08-01 09:24:16ⓒ월간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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