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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첫 재해 인정"<부산고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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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6.23 11:02
원심파기, 요양승인 판결 내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에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제2행정부(재판장 김신 부장판사)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려다 뇌를 크게 다친 중국인 장슈아이(長率.22)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장 씨는 2005년 3월 유학비자로 입국, 경주 모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받다 2006년 2월 대학을 이탈해 경남 창원시 소재 모 전자업체에서 근무했다.
장 씨는 2006년 5월 2일 오후 3시30분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나오자 피신하라는 회사의 지시에 따라 공장 2층 사무실 창문을 통해 에어컨 배관을 타고 밖으로 달아나다 에어컨 배관을 고정하는 핀이 빠지는 바람에 8m 아래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그는 다친 뇌의 일부를 들어내고 함몰된 부분에 인공뼈를 넣는 대수술을 3번에 걸쳐 받았지만 언어와 청각장애, 왼쪽 팔과 다리를 못 쓰는 반신불수가 됐다.
장 씨는 사고가 난 직후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을 했으나 요양불승인처분을 받았고, 소송에서도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장 씨가 사측의 지시를 받아 도망친 것은 인정하지만, 단속을 피해 달아난 것과 업무는 무관하므로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장 씨의 피신행위는 업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당시 원고의 피신은 단속될 경우 개인이 입게 되는 여러가지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차례 모집광고에도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했던 업체 사업주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피신을 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사업주는 관리부장을 통해 단속을 피해 도주하도록 지시했고, 원고는 이 같은 지시에 따라 피신하는 과정에서 재해를 입게 된 점, 피신이 작업 도중에 이뤄진 점 등을 감안할 때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ljm703@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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