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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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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차창 너머로 본 청와대, 가까이 하기엔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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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05월 08일 15:06:48
쇠고기 청문회다 뭐다 시끄럽던 7일 오후 ‘청와대행’ 버스를 탔다.
청와대 로고와 ‘청와대행’이라는 안내판이 시선을 확 끄는 8000번 버스는 5명의 승객을 싣고 광화문을 거쳐 경복궁 서문을 지났다. 바리케이트와 함께 부동자세로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이 청와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바깥 세상(?)과는 달리 청와대 앞은 비교적 조용했다. 수십명의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깔끔하게 단장한 분수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10여분 정도 머물고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그래도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눈에 띈다. 갖가지 사연들을 안고 신문고를 두드리기 위해 온 ‘1인 시위자’들이다.
이날 처음 청와대를 찾았다는 이기요씨(63). 그는 “왜 연수역이 옮겨졌는지 그 내막이 궁금하다”고 했다. 수인선 연수역사의 위치는 애초 청학동 466 일원에서 연수동 591 일대로 변경됐고 원래의 역사 부지인 청학동 인근 주민들은 역사 위치를 조정할 것을 요구해 주민들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10년 전 회사에서 조경작업을 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이상수씨(56)는 시위 916일째다.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고 후 5~6년간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사이 회사측은 치료도 안해주고 강제 퇴직시켰다고 울분을 토했다. 하루에 진통제 등 약을 7차례 먹고 있다는 그는 “너무 억울해 매일같이 이렇게 청와대로 올라온다”고 말했다.
아예 곡기를 끊은 이도 있다. ‘4·15 공교육 포기 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정진화 전교조위원장이다. 단식농성에 돌입한지 13일째다. 기한은 없다. 기력은 떨어진지 오래요, 요즘엔 황달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걸음은 힘겨워보였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다. “참 오만한 정부입니다. 아침도 못먹고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0교시를 부활시키고 어린 나이에 열등감을 체화시킬 우열반을 편성시키고 하루 9시간 10시간 수업도 모자라 심야 보충수업까지 허용하는 정책이 어찌 학교자율화란 말입니까.”
정위원장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학부모들에게 “사교육 안시켜도 대학에 보낼수 있다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고 당부했다. 그 전제로 대화와 사랑,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믿으면 자기 갈길을 뚜벅뚜벅 잘 걸어갑니다”라며 “책상에만 앉아있는 아이들이 가엾지 않습니까. 보이지 않는 밧줄을 풀어줘야 할 때입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을 속이고 사교육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학생의 건강권을 지키고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인시위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매점 쪽에서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5명의 할머니들이 과자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 좋아. 대통령님 집도 보고 공기도 너무 좋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주 오고 싶다”고 했다. 그들에게 건방지게 정치 얘기를 꺼냈다. 김모 할머니만이 “(대통령이) 정치 안정되게 잘 해주길 바랄 뿐이야”고 짤막히 답하곤 화제를 돌렸다. 무거운 정치 얘기는 마실 온 할머니의 귀에 거슬리니 집어치우라는 소리로 들린다.
청와대행 버스 개통 소식을 듣고 일부러 왔다는 홍석진(68) 할머니는 소박하지만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청와대 안까지 들어가는 줄 알았어. 대통령님이 사는 안에도 들어가고 싶어. 근데 말이야 8000번 버스는 왜 일반 버스와 요금이 똑같지?” 그는 청와대에 자주 오라고 홍보했으면 할인을 해주든가 무료로 서비스해야 더 많은 시민들이 청와대를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행 버스는 환승할인은 되지만 요금은 일반 청소년 모두 현금으로 내면 1000원이다. 청와대 분수대와 춘추관 앞·경복궁 동문· 세종문화회관·시청을 거쳐 다시 경복궁 서문·청와대 앞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총 3대가 운행 중이다.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지난 4일 “계단 대신 경사로가 설치되고 바닥이 낮은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어 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들은 사실상 이용할 수 없어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제외하곤 무전기를 든 사복(제복)경찰들이 청와대 앞 대부분을 차지했다. 청와대를 보기 위해 발품을 판 소수의 시민들이나 인근 주민들은 10여m 간격으로 선 이들의 무거운 시선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건국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앞에 시내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이 곳을 시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힌 청와대. 아직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었다.
<고영득 경향닷컴기자 ydko@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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