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장에 산재배상 판결
근로자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계열사로 이직시켰다가 근로자가 산재를 입으면 전 직장에서 받은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장해급여를 산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함종식 판사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 이직처리된 직후 사고를 당한 뒤 새로 이직한 직장 기준으로 장해급여를 받게 된 안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평균임금결정취소 사건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동의나 승낙이 없는 상태의 전직은 인정할 수 없어 원고는 전 직장 소속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원고의 평균 임금을 이직 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Y전기에서 근무하고 있던 안씨는 2005년 3월 4일 부천 원종동에서 한전 선로 저압설비 보강공사 중 특고압선로를 잘못 만져 3도 화상을 입었다. 사고로 안씨는 팔과 척추신경이 마비돼 3급의 장해 등급 판정을 받았으나 장해급여 산정 과정에서 받게 되는 장해임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안씨가 사고를 당하기 3일 전 Y전기의 계열사인 J전기로 이직한 것으로 처리돼 신입사원 수준의 임금이 인정된 것이다. 안씨는 이직에 동의한 적이 없고,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김정욱 행정법원 공보판사는 “Y전기와 J전기는 사업주도 같고, 사업장 주소도 같아 이름만 다를 뿐 같은 회사나 마찬가지”라며 “서류상 과정보다 실질적인 균형을 중시해야 한다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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