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검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해당 노동자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노동부가 전국 120개 특수건강진단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일제 점검을 실시한 결과 단 한 곳만 제대로 된 특수건강진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병원이나 의원들은 절차나 규정을 무시한 채 형식적으로 검사를 하거나 무자격 의사 고용, 허위진단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에 치명적인 디메틸포름아미드나 백혈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트리 클로로 에틸렌, 발암물질인 톨루엔 등 177종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는 전국에 65만여명(646,800명).
이들을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하도록 국가에서 지정된병.의원이 대학병원 36곳을 포함해 전국 120곳에 이르지만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병.의원이 그동안 하나마나한 건강검진을 해온 것이다.
노동부 조사결과 유해물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의사나 수련의, 전공의가 건강진단을 하거나 심지어 의사가 출근하지 않는 사례까지 적발됐다.
특히 건강검진 결과 건강에 문제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일반 질병자로 분류하거나 정상이라고 판정한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유해환경물질 취급 노동자들에 대한 특수건강검진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은 사용자와 검진기관으로 지정된 병원 그리고 정부의 소홀한 감시감독이 합작해 빚어낸 결과이다.
사용자들은 검진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해 병원들에 대해 엉터리 검진결과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검진기관을 바꾸는 방법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사용자들의 이같은 압력은 산재환자가 발생할 경우 산재보험금 부담율이 높아지고 정부당국의 감시감독이 강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수건강진단기관으로 지정된 병원들도 이익추구에만 급급하다 보니 사용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고 따라서 형식적인 검사가 관행화 됐다.
정부도 그동안 유해물질 취급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다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DMF(디메틸포름아미드) 중독사고로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일을 계기로 진단기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을 정도다.
정부 관계자도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며 그동안 관리가 소홀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유해물질취급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관리에 문제가 드러난 만큼 다시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다시는 형식적인 검사가 실시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건강 보장 없이는 산업의 경쟁력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CBS 사회부 권영철 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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