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5-03-01 18:28]
정부가 최근 산업재해율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발표를 했지만,산재율의 신뢰도에 많은 의문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재율은 영국 등 선진국들과 엇비슷한 수준이지만,산재로 인한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재해사망률)은 선진국보다 최고 20배나 더 높다는 데서 이런 의문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1일 노동부에 따르면 2000년 기준 한국의 산재율은 0.73%로 미국(2.50%),영국(0.67%) 등보다 훨씬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산재로 인한 사망만인율은 한국이 1.49%로 미국(0.36%),영국(0.07%) 등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로 인한 사망자가 미국보다 4배나 많은데도 산재율은 3분 1 수준에 불과하고, 영국보다 사망자가 20배를 웃도는데도 불구하고 산재율은 비슷한 수준을 보인 셈이다.
이는 사망 등 중대 재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업주에게 엄중한 처벌조항과 함께 보고의무를 지우고 있어 사업장에서 이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고하는 반면,사망자가 없는 재해의 경우 상당수가 은폐나 공상처리 등을 통해 공식 신고되지 않아 통계에서 빠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노동계는 보고 있다. 산재율 산정의 바탕이 되는 산재보험과 관련해 사업주는 신고를 꺼리고 근로자도 눈치를 보며 요양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최근 산재율이 4년만에 감소했다고 밝혔으나,이런 사정 때문에 노동계는 곧이듣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산재율이 0.85%로 1999년 0.74%에서 2000년 0.73%로 낮아진 뒤 2001년 0.77%,2002년 0.77%,2003년 0.90% 등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노동과건강포럼 김신범 사무국장은 “산재율이 높으면 노동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특별근로감독을 받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은폐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화학업체에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산재를 경험한 57명 중 8명(14%)만이 산재로 처리했고 26명(47%)은 공상,21명(37%)은 건강보험,기타 5명(9%) 등으로 나타났다고 전국화학섬유연맹이 소개했다.
선정수기자 j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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