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스트레스'로 쓰러진 노조간부 '산재 불승인'
복지공단 "전임자는 근로자 아니다" … 금속노조, 행정소송 준비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관련 노사 교섭에 참여하던 중 뇌출혈 증세를 보인 노조간부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요양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19일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는 18일 노조 소속 ITW대림지회 사무장 금아무개(37)씨가 지난해 11월 제기한 산재요양 신청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공단은 “노조전임자는 사업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업무상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씨는 지난해 8월 회사 내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돼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과 뇌실내출혈 진단을 받고, 응급 뇌수술을 받았다.
노조는 지난해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조의 교섭 관련 업무가 급증한 것이 금씨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해 왔다. 금씨는 지난해 3월부터 임금·단체협상에 매달려 왔고, 특히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되는 지난해 7월1일 이전에 교섭을 마무리하기 위해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단협 교섭이 끝난 뒤 ITW대림 노사는 전임자임금 지급 문제를 놓고 후속 협의를 벌였다. 그런 가운데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지회에 ‘단체협약 시정촉구 공문’을 보내왔고, 곧이어 회사측이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씨는 교섭책임자로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11월 공단 포항지사에 산재용양신청을 냈고, 이달 7일부터 지사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며 산재 인정을 촉구해 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일반 근로자가 아닌 노조 전임자에 대한 업무상재해 인정 여부다. 공단은 그동안 내부지침을 적용해 노조 전임자의 업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조 전임자는 근로계약상 본래의 업무를 면하고 노조 업무를 전임하는 자”라며 “사용자가 이를 승낙했기 때문에 전임자의 근로자 지위는 유지된다”고 반발했다.
상당수의 법원 판례가 이 같은 노동계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이달 중 공단 포항지사 앞에서 산재 불승인 규탄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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